자연분만과 아빠의 역할

2019. 5. 12. 22:03육아/안녕 우주야( 임신 준비 ~ 조리원)


# 자연분만과 아빠의 역할

 

https://sagna9250.tistory.com/54

우리 부부는 전 포스팅에 올린 것처럼 열심히 걷고 노력해서 자연분만을 할 수 있었다. 진통은 30일 새벽 2시에 시작했다. 사실 나는 당시에 아내의 진통이 시작한지 모르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가방은 이미 다 싸둔 상태였고, 진통이 시작되면 일단 진통의 주기가 어떻게 되는지 체크하라는 주변의 조언을 들은 터라 당황하지 않고 먼저 체크를 했던 것이다.

 

(어떤 진통 주기가 왔을 때 병원에 가야하는지는 알고 싶다면 아내가 쓴 글인 이 링크를 타면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sagna9250.tistory.com/56 

 

그렇게 530분 쯤 방에서 인기척을 느낀 나는 아내가 주기 체크한 것을 한번 보고, 밥 먹을 준비를 했다. (언제 진통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볶음밥을 준비해 놓은 것이 적중했다. 그냥 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밥을 함께 먹고 아내가 진통 체크를 계속 하는 동안 나는 씻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오전 730분쯤 병원으로 향했다.

 

밥을 먹고,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고맙다. 사랑한다. 기도하자. 이 세 가지 이야기만 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하고 분만실에 들어가 아내가 관장을 비롯한 출산 준비를 하는 동안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가족 분만실을 택한 우리는 분만실에서 함께 있게 되었다.

 

실제 분만을 경험하기 전까지 분만의 과정이 이런 건지 전혀 몰랐다. 항상 나오기 직전 산모와 아가가 함께 힘쓰는 모습만을 봐온 터라 분만실에서 아내와 둘이 있으면서 처음엔 뭘 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아직 그 때까진 그렇게 큰 진통을 느끼진 않는 단계여서 아내도 잘 웃고 괜찮아 보여서 좀 어리둥절한 면도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분만은 시작되었고 나는 아내에게 기도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내의 시중을 들었다. 태동검사기에서 들리는 아이의 심장 박동과 진통 세기 수치를 보며 한동안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수치가 꽤나 많이 올라가며 아내가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무통주사를 맞기로 했던 터라 아내에게 얘기해 선생님을 모시고와 무통주사를 맞았다. 대략 병원에 가고 2시간 정도 후에 맞은 거로 기억한다. 무통주사를 맞고 좀 안정을 찾은 아내는 이내 미소를 보여줬지만 2시간의 약기운이 가신 후에는 그 전보다 더 고통스러운 모습과 통증을 호소했다.

 

그 순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단지 호흡 천천히, 어깨에 힘 빼고, 입 앙 다물지 말고.’ 이 세 가지 주의만을 아내에게 줄 수 있었다. 두 번째 무통주사를 맞고 2시간을 힘겹게 버티고 버텨 나머지 1 시간을 정말 힘들고 아프게 해서 아이를 낳았다. 병원에서 약 7시간의 진통 끝에 우주를 낳은 것이다. 경부가 다 열린 상태에선 오히려 힘을 주면 안 되는데, 아픈 마음에 힘을 많이 줘서 질 내벽이 많이 찢어진 것과 병원에서 무통주사를 잘못 놔 척수를 건드린 것을 제외하곤 별 탈 없이 우주를 순산했다. (무통 주사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쓰겠다. 우리가 분만을 한 병원측에선 못 들은 설명을 친한 마취과 전문의에게선 들은 것이 있어 공유한다)

 

아무튼. 글 제목으론 아빠의 역할이라고 써놨지만, 사실 분만 과정에서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지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옆에서 함께 있는 것, 아내의 차후 잇몸과 치아 건강을 위해 입 앙 다물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아내는 내가 출산을 함께 했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함께 만들어 출산의 고통을 온전히 아내에게 지워준 것은 참 미안하지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정말 특별하고 고고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내 아내에게 감사하고 내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많은 산모가 순산하고 너무 힘들지 않게 아이 만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P.S 출산의 마지막 순간 의사와 산파가 힘 주지 말라 그럴 것이다. 힘 빼야한다는 것을 진통이 오기 전 산모와 남편이 모두 알고 준비하고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