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그라운드(9)
-
‘최고의 설득’ 카민 겔로
아버진 언제나 바쁘셨다. 일 년에 쉬는 날이라곤 추석과 설 그리고 신정 아침.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쉬었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연휴의 마지막 빨간 날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진 여지도 없이 출근을 하셨다. 신정 아침에도 함께 떡국을 먹고 절을 받으면 그 길로 바로 출근을 하셨고..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정말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면 함께하지 못하셨고. 언제나 출근은 새벽에 퇴근은 10시 넘어 하시는 바람에 집에서 식사를 같이한 기억도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아버지를 사랑한다. 정말 가슴 깊이 사랑하고 존경한다. 내 아들이 내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만큼 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갈 정도이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에게 아버..
2019.08.21 -
데이비드 쉴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아직도 불로초를 찾는 당신에게 드리는 팩폭 늙지 않고 오래 살려고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붇는 요즘 시대이다. 방송 인터넷매체에는 고가의 안티 에이징 제품과 영양식품의 광고가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한다고 우리가 덜 늙고 더 늦게 죽을까? 물론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온 신경과 돈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무모한 노력을 한 진시황의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읽고 난다면 말이다. 이 책은 여러 장르의 특성을 골고루 갖춰 쓰여져, 에세이 같기도 하고 문학책 같기도 하고 해부학 교과서 같기도 하다. 자신과 아버지의 생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어떻게 죽음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하는지 알려주고, (그들이 죽지는 않지만) 유..
2019.07.29 -
‘프로이트의 의자’
내가 나를 피하면 안 되는 이유 나는 과거 성당에서 청년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활동을 하기 전 워낙 혼자서 신앙에 심취했던 터라 신앙인에 대한 나만의 기준점이 굉장히 확고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처음엔 별 문제가 없다가 단체장을 맡고, 공동체 리더에 임명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었다. 처음엔 내게 상처주고 나만의 기준점 미만의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 사람들이 모두 잘못한 것이고, 내 문제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분노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절망하고 우울해졌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며 혼돈 속에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시궁창 속을 허우적댈 때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지도신부님과 오랜 기간 활동해온 형 누나들은 활동하며 겪는 관계 안에서의 스트레스..
2019.07.28 -
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인생에서 불이익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 나는 식당에 가면 맛을 보기에 앞서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는 파는 음식과 가게의 분위기가 얼마나 잘 조합되어 있는지를 보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을 땐 그 음식과 식기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본다. 마지막으로 먹기 직전엔 식기 안 음식이 얼마나 정갈하게 담겨 있고 표현되었는지를 보며 그 과정을 마무리한다. 맛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맛을 싸고 있는 것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단계를 보고 까다롭게 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저 적당히 맛있고 배만 부르면 장땡이지, 뭐하러 그런 자잘한 것까지 신경 쓰냐며 말이다. 이런 태도는 손님의 관점에서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식당 사장이 이런 사고를 하고 있다면 절대..
2019.07.24 -
나는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요즘 씽큐베이션을 통해 심리학과 관계에 대한 책을 쭉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내가 생각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신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서를 하기 전에도 문득(아니 자주) 느꼈었고, 독서를 시작한 이후에는 온몸으로 느끼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신호들이 왔을 때 그냥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을 향해서만 달렸다. 이상향에 도달하면 그런 신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자위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묵묵히 걸어 나갔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내 인생의 비극을 만들고 있음을 모른 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항상 나보다는 잘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다. 나보다 인기가 많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돈이 많거나 등등 .. 그래서인지..
2019.07.18 -
마이클 본드 '타인의 영향력'
(출처 - AFPONGLOBE ) 18살 소년은 어떻게 테러범이 되었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한창이던 2002년 2월, 이스라엘 정착촌 옥외 쇼핑몰의 한 피자집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현장의 사상자와 부상자를 만들어낸 그 사건은 팔레스타인에서 일으킨 것으로, 아직은 앳된 18살 소년이 자신의 품에 담긴 폭탄을 터뜨리며 벌어졌다. 과연 무엇이 그 소년을 자살 테러범으로 만들었을까? “P.193 우리는 자살 폭탄 테러범이 심리적으로건 생물학적으로건 그 밖의 어떤 측면에서건 나머지 우리와 다르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들은 원래 살인과 자살 성향이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는 가난하거나 교육 수준이 맞거나 무지한 사람들이고, 종교(이슬람)의 광신도이고, 분노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