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2. 20:20ㆍ육아/안녕 우주야( 임신 준비 ~ 조리원)
# 자연분만을 위한 사투
40주를 꽉 채우기 전 주 산부인과 내진에서 담당의는 자연스럽게 낳긴 어려울 것 같고 유도분만을 하자고 이야기를 해왔다. 아내와 항상 일단 전문가의 얘기를 듣자고 약속을 했던지라 유도분만 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왔다.
그런데 막상 유도분만 날짜를 잡고 나니 유도분만이 과연 좋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주변에서 유도분만 주사를 맞고 30시간을 넘기는 진통에도 결국 경부가 열리지 않아 자연분만을 못하고 제왕절개를 한 이야기를 꽤나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도분만 주사를 맞아서 실제 제대로 타이밍이 맞아 출산을 잘 하는 경우가 20퍼센트 밖에 안 된다는 유경험자 친구 분들의 말도 있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출산 당사자인 아내와 경험자인 어머니와 함께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다른 건 모르겠고 맞는 거 보다 자연스럽게 낳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본인은 출산 전에 많이 걸으면 잘 낳는다는 소리를 들어 정말 많이 걸어 다녔다는 이야기를 보태셨다. 아내도 인터넷과 주변 지인들, 병원 담당의에게 많이 걸으라는 조언과 쭈그려 앉아 걸레질 하기, 계단 오르기를 하라는 등의 조언을 들으며 누워 기다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유도분만 예약일 8일을 남겨두고 자연스러운 출산을 위한 빡센 걷기가 시작된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관람을 시작으로 하루에 아내와 나는 2만보씩 걷기 시작했다. 하루는 어머니와 동생도 함께해 꽃 박람회도 보고, 광화문과 명동 거리를 걸으며 먹고 싶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으며 일부러 억지로 걷는 다는 느낌보단 아가 만나기 전 찐하게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다녔다. 평소에 아내가 정말 가고자했던 북촌 파스타집 두오모에서 둘이서 9만원 가까이 쓰고 근처 사잇길을 걸으며 연애 때 기분도 내고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출산 하루 전, 유도분만 예약 3일 전 우리 부부는 3만보 걷기라는 대 기록을 세웠다. (사실 조금 못 미침) 야끼소바와 오꼬노미야끼가 먹고 싶다는 끌림에 홍대에 있는 후게츠를 갔다. 하지만 웬걸 가게 문이 닫혀있어서 근처에 있는 라멘집 하카타분코를 갔다. 라멘 한그륵을 뚝딱 해치우고 아내와 나는 걷기 시작했다.
상수에서 홍대로 홍대에서 연트럴파크로 걸었다. 나는 연트럴 파크를 처음 갔는데 정말 좋았다. 아무튼. 거기에서 유명한 초콜렛 가게에서 진통이 올 때 먹을 초콜렛 4개와 아이스 초코를 사서 또 걸었다. 연트럴 파크 끝에 도달하자 우리 집까지 10Km 가량의 직진 도로가 나있었고 맛있는 걸 많이 먹은 탓에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서 집까지 가기로 한다.
그렇게 절반은 즐겁게 갔지만 나머지 절반은 나도 아내도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만 걸을까?하는 내 질문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까지 걸어갔다. 도착한 후 녹초가 된 우리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새벽 2시부터 진통이 오기 시작했고, 4월 25일부터 시작된 5일간의 걷기 대 행진은 4월 30일을 기점으로 자연분만과 순산이라는 아주 좋은 결론으로 끝이 났다.
이 내용은 우리의 경험담일 뿐이다. 걸을 수 없는 임산부가 있을 수 있고, 이렇게 절대 무리를 해서는 안될 임산부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이렇게 걷기 전에도 하루 못해도 함께 6~8000보 씩은 매일 꾸준히 걸어왔고, 많이 걸어도 괜찮다는 담당의의 말이 있었기에 진행한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자분과 유도분만 회피를 위해 걸어야지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본인의 상황을 꼭 돌아보고 하시길 권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유도분만을 좋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제왕절개에 대해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개인의 차이기에 내 글이 자연분만 찬양이나 유도분만 폄훼의 의도로 읽히지 않으면 좋겠다.
다음 포스트에선 진짜 진통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특히, 남편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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