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 03:04ㆍ읽다/읽기와 쓰기에 관하여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드리는 특효약
작년 10월 독서와 서평을 쓰기 시작한 나는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한 채 방황했던 적이 있다. 책 내용 이해도 어려운데 서평 작성이라니. “내가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을 사람들이 알면 어떡하지?”, “내 글의 맞춤법이 틀리고, 헛소리를 써놓으면 어떡하지?” 등... 열린 공간에 내가 쓴 글을 올린다는 것에 엄청난 부담과 압박이 있었다. 당시 팔로워 수가 0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랬던 내가 지금은 책을 읽으면 서평은 당연히 써야 하는 것이 되었고, 글쓰기 매력에 푹 빠져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괴로울 만큼 글쓰기와 사랑에 빠졌다.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도, 못난 글은 벗어났다고 이야기는 듣는다. (처음부터 내 글을 봐온 사람들은 잘 써졌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 글쓰기 부담감에 짓눌려 허우적대던 내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게 흘렀음에도 여전히 혼돈의 카오스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썰전’과 ‘알쓸신잡’으로 유명한 유시민 작가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아예 읽지 않던 나였던지라 유 작가님을 그저 유명한 방송인 정도로 생각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만난 이후로 나는 글쓰기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알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배웠으며,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 좋은 글
“
P.168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역설로 들리겠지만,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좋은 글이 뭔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니.. 순간 머리가 멍해졌지만, 이내 이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노릴 만큼 엄청난 기량을 뽐내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중계를 보거나 그와 관련된 인터뷰를 보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류현진은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폼을 가지고 있다” 꼭 류현진 선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프로 운동선수나 연주자를 보면 조금의 기록 단축이나 기량 향상을 위해 새로운 것을 연마하기보단 동작의 군더더기를 없애거나 안 좋은 습관을 지우는 방향으로 훈련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
1)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기
2) 우리글 바로 쓰기
3) 중국 글자말 오남용,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 조심하기
4) 단문 쓰기
5) 거시기 화법 피하기
6) 우리말의 무늬 잘 조합하기
위 6가지 방법은 유시민 작가가 알려주는 못난 글을 피하는 방법이다. 글쓰기를 스포츠나 연주처럼 하나의 기술이고 기능으로 생각하고, 잘 쓰기 위해 ‘문장론’을 배우거나 좋은 글을 필사하기보단 글의 군더더기를 빼고 못난 것을 알아보는 감각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이 6가지 방법을 최대한 염두하고 글을 쓴 결과 이전보다 못난 글을 확실히 덜 쓸 수 있게 되었다.
# 노력
“
p.62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난 8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읽고 쓸 원동력을 얻었다. (정말 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고 글을 썼다) 다른 글쓰기 관련 책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유시민 작가가 특별히 글을 잘 쓰지 않았던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이후 노력한 모습을 보며 좀 더 많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얻었고. 나도 그처럼 노력한다면 언젠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 또한 품을 수 있었다.
# 마음가짐과 결론
“
P.88 초고를 보여주고, 지적과 비판과 조언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반영해서 글을 고치는 것은 나쁠 게 없다. 직업적 글쟁이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 남몰래 쓴 글을 혼자 끌어안고만 있으면 글이 늘 수가 없다.
”
SNS 경험이 전무하던 내게 글을 써서 공개된 공간에 올린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이었다. 남들이 나의 부족한 글을 보고 얼마나 속으로 욕할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저자의 ‘보여줘야 한다’는 말은 부끄러운 글을 그나마 지속해서 올릴 수 있게 도와줬다. 지금 하고 있는 씽큐베이션에 참여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말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글쓰기만이 아니더라도 피드백은 상당히 중요하다. 공개된 장소에 글을 올리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용기 내 하나씩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순간순간은 힘들 수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나면 분명히 한 단계 발전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P.260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
이 부분은 내가 8개월 전 서평에서도 발췌했던 내용이다. 다시 읽었지만, 이번에도 넘어갈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가 있다. 당시에 이 내용에 달았던 나의 말은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야겠다’. 맞춤법도 틀렸지만 수정하지 않고 가끔 열어서 그때의 서평을 읽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먼저 사람이 되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외의 다른 책에서도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얻었지만, 이 책은 내게 참 특별하다.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공개하기를 두려워하던 내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직후부터 서평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올바른 방향과 방법으로 글쓰기 연습을 전보단 잘 해낼 수 있었다.
언급한 내용 외에도 글쓰기에 대한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는 책이다. 만약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막연한 두려움에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거나,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 있다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일독을 강력 추천한다. 앞으로의 글쓰기 여정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2019.07.01. (2019_97)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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