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2019. 7. 11. 13:00읽다/읽기와 쓰기에 관하여

글쓰기엔 왕도가 없다


과거 EBS에서 '공부의 왕도'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꼴등에서 서울대 입학’, ‘사교육 없이 교과서만 봤어요등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고리타분한 조언과 이야기였음에도 인기가 많았고. 제목과는 다르게 공부엔 왕도가 없음을 더 많이 느끼게 했다.

 

공부엔 왕도가 없지만, 혹시 글쓰기엔 왕도가 있을까?

 

지금 시대에 은 거의 사라졌지만 거의 비슷한 권력과 힘을 보유한 존재가 있다. 바로 대통령’. 대통령이라고 글을 꼭 잘 쓴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정계 입문부터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뺏어야 하는 연설과 담화문을 항상 내놔야 하기에 그들의 글쓰기는 참고해볼 만 하다. 특히 연설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통령의 글쓰기라면 더욱더 그렇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글과 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두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한 분은 수많은 공작과 음모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이겨내 대통령이 되었고. 한 분은 고졸임에도 대통령이 되었다. 역경과 시련을 뚫고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두 분의 글쓰기엔 뭐가 있을까? 혹시 글쓰기 왕도를 배울 수 있진 않을까?

 

(출처 - 한겨레)


# 대통령의 글쓰기, ‘전심

 

P.41 사형을 언도받은 상황에서 껌 종이,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깨알 같이 눌러썼다.

 

위에 발췌한 내용은 김 대통령의 옥중서신 글의 일부이다. 사형을 앞둔 상황에서도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바꾸겠다는 신념. 껌 종이와 과자 포장지에라도 글을 써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 모든 마음과 정성을 다 해 글을 쓰는 이 모습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책의 저자가 밝히듯 잘 알려진 글 잘 쓰는 3대 법칙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고, 주변에 글을 잘 쓰려 노력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다독과 다작에는 많은 신경을 쓰고 실천을 한다. 하지만 다상량이라는 헤아리고 헤아리는 것. 전심을 다 해 몰입해 쓴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고, 나 또한 그러지 못했다.

 

바로 이 부분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와 일반적으로 글을 잘 쓰려는 사람의 태도 차이가 아닐까 감히 생각한다. 다독과 다작, 그 위에 다상량이라는 전심을 다 한 글쓰기가 얹어져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고. 더 나아가 대중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 친절한 글쓰기 매뉴얼

 

사실 책을 쭉 읽다 보면 이게 글쓰기 책인지 전 대통령의 철학에 관한 책인지 가끔 헷갈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만한 글쓰기 매뉴얼이 있을까 생각한다.

 

직전에 읽었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유시민 작가의 책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알아야 할 기본 사항과 철학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면, ‘대통령의 글쓰기는 제목과 도입부를 어떻게 붙일지부터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족집게 과외샘 같은 책이다.

 

예를 들어 P.95 ‘말과 글은 시작이 절반을 보면 첫머리를 시작하는 방법을 무려 16가지나 알려준다.

 

1) 소감 2) 개인적인 인연이나 에피소드 3) 행사 장소에 대한 의미 부여 4) 겸양 5) 관계자에 대한 감사 표시 6) 의표를 찌르는 시작 7) 질문으로 시작 8) 최근 사건 및 뉴스 언급 9) 통계 자료 제시 10)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시작 11)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 12) 유익 강조 13) 정의 14) 이어받기 15) 속담이나 격언 인용 16) 침묵

 

이런 식의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주기 때문에 글쓰기가 막막한 분들에겐 이보다 친절하고 쉽게 알려주는 책이 있을까 싶다. 만약 당신이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대통령의 글쓰기를 함께 보길 추천한다.

 


# 글쓰기의 왕도, 그리고 마무리

 

서평 제목에서부터 글쓰기의 왕도란 없다라고 못을 박고 시작했지만. 사실 이 책을 처음 펼 때 혹시 대통령 정도면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했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겠지만 글쓰기에는 왕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얕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서평엔 전심, 다상량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썼지만, 그분들이 글을 잘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썼는지 책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다상량 이전에 다독과 다작이라는 기본을 얼마나 충실히 하셨는지 알 수 있다. (저자 강원국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도 알 수 있고..)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치열한 읽기와 쓰기, 전심을 다 한 글쓰기 태도가 있어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글을 쓸 수 있다.

 

P.43 이마에 핏방울이 맺힐 때까지. 미치면 미치는 법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지 않아도 죽음힘을 다해 머리를 짜내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목숨 걸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글 쓰는 데 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못 쓰는 것이다.

 


2019.07.11. (2019_99)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