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8. 17:43ㆍ읽다/읽기와 쓰기에 관하여
한줄평: 아이에게 만화책을 줘야하는 이유
저는 얼마 이번 주부터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체인지그라운드 추천도서 목록의 책을 많이 읽어 왔던 만큼, 제가 속한 그룹의 도서도 챙겨 읽어보려 합니다. 이번에 읽은 ‘크라센의 읽기 혁명’도 목록의 책 중 하나인데요. 요즘 영어공부와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하는데, 이 책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언어학자라는 저자 크라센은 여러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읽기가 언어 교육에 있어 얼마나 절대적인지 이야기합니다. 그냥 생각하면 뭐 당연한 소리 아냐? 하실 수도 있지만, 책 속에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것이 왕왕 나옵니다. 물론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요. 그러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 몇 가지 나눠보겠습니다.
P.37-8 언어는 ‘공부’로 배우기 어렵다. 1) 언어는 규칙이나 단어로 한꺼번에 가르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다. 2) 읽고 쓰는 능력은 지도를 받지 않고도 발달될 수 있다. 3) 직접 교수의 효과는 적거나 거의 없다. 직접 교수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하더라도 직접 교수의 효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진다.
처음에 1)번과 2)번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지만 3)의 내용은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근거로 나와 있는 연구의 내용도 보고 저의 모국어 습득 과정을 생각해 봤을 때 영 이상한 소리 같지도 않았습니다. 요즘 영어 공부를 하면서 문법책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있는데요. 그 책에서 영어도 ‘말’이기 때문에 수많은 예외가 나오고 실제로 법칙대로 안 쓰는 것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선 문장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저의 모국어 습득 과정을 돌아봤을 때도 어려서 한글 배울 때 특별히 문법을 배우거나 어휘 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조금이나마 납득이 갔습니다.
저자가 수업 대신 강조하는 언어 습득 방법은 독서입니다. 그냥 독서가 아닌 자율적인 독서를요. 자율적인 독서란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즐겁게 일는 것, 독후감과 같은 점검이 없는 읽기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자율 독서를 한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지도를 받은 학생보다 문법이나 어휘, 토플 점수에서 더 높은 성적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이번에 영문법 책 1독을 끝내면 수준에 맞는 원서를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128 연구에 의하면 만화책은 언어 발달과 학교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만화책의 독자는 적어도 만화책을 읽지 않는 사람만큼 책을 읽는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만화책 독자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독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만화책이 독서에 있어 교량 역할을 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다.
이 부분 읽기 전까진 나중에 아이 독서 지도 할 때 만화책을 안보여 줘야지 했었는데요. 바로 생각 고쳐먹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읽은 만화 그리스 로마신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먼 나라 이웃나라는 분명히 지금 독서에 영향을 미쳤음은 명백한 사실이거든요. 만화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버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P.152 몇몇 연구는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많이 쓰지만, 쓰기 양을 늘린다고 해서 쓰기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저는 사실 이 내용이 가장 인상적였습니다. 대부분의 글쓰기 명사들이 ‘일단 써, 많이 쓰면 늘어’라고 이야기 할 만큼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쓰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둘의 상관관계가 없다 라니. 읽기의 힘을 강조하려는 건 알겠지만,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생각할 즘 문득 어제 읽었던 ‘서민적 글쓰기’가 떠올랐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본인이 글쓰기 지옥 훈련을 하기 전, 독서는 전혀 안하고 단지 쓰는 게 좋아서 글을 많이 쓰던 시절의 이야기를 합니다. 출판까지 한 그 시절의 글들은 지금 보기에 너무 부끄럽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못 읽게 하려고 중고서점에 가서까지 본인의 그 시절 글들을 산다니 말 다했죠. 이를 통해 ‘읽기가 빠진 글쓰기’는 실력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 못함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억에 남은 부분까지 나눠봤는데요. 결국에 저자가 책 전체의 주제로 삼은 내용은 자율적이고 즐거운 독서입니다. 모국어 능력 향상이든 외국어 능력 향상이든, 즐겁게 책을 읽을 때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언어 실력이 는다는 거죠. 문제집을 풀어 공부하는 것보다 책(만화, 소설, 잡지)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니,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고 언어능력과 재미를 동시에 얻는 법을 원하시는 분에게 일독을 권해봅니다. 모두 행복한 독서, 언어 공부, 글쓰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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