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테스트기(임테기) 희미한 두 줄에 관하여 (다낭성 극복)

2019. 5. 9. 16:53육아/안녕 우주야( 임신 준비 ~ 조리원)

(배란 +10 육안으로 알아보기 힘든 한 줄이 임신으로 이어졌다)

#임신테스트기에 관하여

 

지난달 30일 사랑하는 아내가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 주어 우주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를 만나고 열흘쯤 지나니 지나간 여러 순간들이 떠올라 글을 쓴다.

 

작년 8월 아내의 생일 (배란 +10) 오전, 궁금한 마음에 집에 있던 임테기로 테스트를 해보았다.(얼리 아닌 거로 기억) 당시에 자연 임신이 쉽지 않을 거라는 병원의 얘기로 많이 긴장한 상태로 확인을 했다.

 

그런데 결과로 나온 건 정말 미약하고도 미약한 두 줄. 나는 꽤나 긍정적인 사람이라 임신이네!’를 외쳤지만. 아내는 나보다는 덜 긍정적인 사람이라 그 선을 보고 절대 아닐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아내는 블로그, 맘카페, 트위터 등 여기저기 검색을 하며 이건 시약선일 거다. 임테기 오류일 수도 있다는 등의 안되는 쪽 이야기를 찾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전에는 어떻게 해도 볼 수 없었던 정말 희미했던 그 두 줄을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아내와 여러 얘기를 주고받다가 일단 병원을 예약하고 얼리로 다음날 한 번 더 하기로 약속을 했다. 당시에는 아내가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해가 간다.

 

# 자연 임신이 어렵다던 병원의 이야기

 

앞에서 얘기했지만 병원에선 자연임신이 어렵다고 했었다. 그래서 이번 테스트기가 불발된다면 자연 임신 시도는 이번이 마지막일 예정이었다. 결혼 전부터 산전 검사를 받으며 주의를 기울이고 준비했음에도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였다. 나도 그랬지만, 아내는 오죽했을까? 결혼 전부터 다낭성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 다니던 병원에선 별 것 아니라며 불임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을 위해 병원을 옮기고 여러 검사를 받아보니 다낭성이 심각한 상태였고, 특히 평소엔 괜찮지만 식후에 높아지는 혈당으로 난자가 잘 크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그걸 티낼 수도 없었고 그런 상황에 절망만 한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에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았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이야기를 하며 뭔가 큰 선물을 주시기 전에 꼭 구덩이에 들어가게 하시는데, 이 구덩이 잘 넘어가면 아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몇 번을 이야기한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구덩이를 잘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인스턴트를 비롯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았다. 쌀밥이 아닌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고 뭐든 삶아먹고 데처먹으려 노력했다. 최대한 자연식을 하면서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다. 먹기뿐 아니라 아내는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하며 체중을 감량했다. (나는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헬스장을 등록하고 한번밖에 못 갔지만 아내는 열심히 운동해줬다)

 

그렇게 노력을 한 탓일까 몸에 변화도 많이 일어났고 서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편안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우리 부부는 항상 재밌고 즐거운 것만 보고 공유하며 힘들 수 있던 시간을 잘 이겨나갔다.

 

(보이는가? 오랜 시간이 흘러 많이 진해진 편이다. 당시엔 정말 정말 두 줄로 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아내가 당시에 임테기의 희미한 한 줄을 임신이 맞다고 단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전에 희미한 줄도 보지 못했던 수많은 테스트 때마다 실망했던 일도 있고, 혹시나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을 때의 실망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결국에 나의 긍정적 판단이 맞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많은 부담을 줬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다음날 얼리로 테스트 하고 그 다음날에도 테스트를 했다. 선이 조금씩 굵어졌고 병원 피검사에서도 임신확인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담당의가 놀라고 기뻐한 모습을 설명하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임테기에 희미하게 두 줄이 떴다면 그건 보통 임신이 맞다고 이야기한 워딩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 글을 읽는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 중 이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렵겠지만 희미한 두 줄을 봤다면 희망을 한 번 가져보는 게 어떨까. 나는 임신 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항상 불임부부에 대한 기도를 한다.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아이를 만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