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4. 03:01ㆍ독서 모임/1기
한줄평: 내가 뉴스를 끊고 실력을 기르는 이유. 오리지널스
저는 언젠가부터 뉴스와 정치, 사회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들에 귀를 닫았습니다. 관심을 갖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도 하며 열을 올린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결론이 매번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이런 얘기를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아”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이 아무리 얘기를 해봐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무기력한 결론에 매번 부딪히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가슴 한편에 언젠가 조무래기를 벗어날 순간을 기다리자 다짐하며 말이죠. 하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세상살이의 파도에 휩쓸려 되는대로 살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다짐을 잊고 살아갈뻔하던 제게 아이라는 선물이 왔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책을 읽고 교육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사회의 문제들을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별 신경도 안 쓰던 유치원 문제, 지역 간 교육 불균형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걸 보면 제가 다시 뉴스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겠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더욱더 철저히 외면하고 신경쓰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책을 읽고 사유해야 한다.
“
(들어가며) P.7 이 사회가 제게 던진 질문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온전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 부족함까지도 나누며 함께 답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여겼습니다.
”
씽큐베이션 4주차 선정도서여서 읽기도 했지만, 이전부터 다독가분들의 많은 추천이 있었기에 일찍이 구입해놓고 있었습니다. 같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이상한 정상 가족’을 보면서 느끼고 배웠던 감동을 못 잊은 채 아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으며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쭙잖게 만들어진 사실이 아니라 세밀하고 섬세하게 연구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 책. 가짜뉴스가 판치고 정부의 통계치도 믿을 게 못되는 요즘 시대에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읽고 사유해야 합니다. 사회를 관통하는 아픔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나눌 기회를 제공해주는 이 책이 저는 더 없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낙태
“
P.38 루마니아의 사례는 낙태금지법이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뿐더러 가난한 여성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책 내에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조명했지만 저는 두 가지 정도만 나눠보려 합니다. 저자는 루마니아의 사례를 들어 낙태금지법의 문제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해결점의 시작으로 당사자인 여성의 말에 차분히 귀 기울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다만 ‘낙태’의 허용이 모든 수단의 마지막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낙태에 대한 논의도 그 앞에 가능한 많은 조치들을 다 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났을 때 꺼내야하는 마지막 카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 생명의 소중함만을 외치며 낙태를 반대했었습니다. 이 책에선 낙태를 하지 못했을 때 볼 수 있는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데요. 김희경 기자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보면 무엇이 여성을 낙태로 몰고 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거기엔 따가운 사회적 시선 (가족 조차도), 남자들의 책임 회피, 국가적 시스템 미비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부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었고, 낙태에 관해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는 위에 이야기한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 카드’. 낙태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에 포커스를 두기에 앞서 임신에 관해 남자가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률을 만드는 쪽의 논의를 해본다던지. 미혼모를(미혼모란 표현도 잘못된 표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할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해본다던지.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성교육 할 것인지 논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장에 임신한 여성이 겪어야할 일이나, 제가 이야기한 부분의 현실성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헛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꾀할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출처 - 나무위키)
#쌍용과 삼성
“
P.101 쌍용차 문제는 재난의 문제다. 인간이 만든 해고가 인간 삶을 부수는 극단의 형태로 드러난 정치적 사건이다
P.120 지금 이 순간에도, 반올림이 삼성 본관이 위치한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입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부끄러웠던 지점은 이 지점이었습니다. 교대역에서 재수를 한 저는 기분전환을 위해 강남역에 자주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위에서 언급한 ‘강남역 8번 출구 앞 노숙 농성’은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사회적 문제고 뭐고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 시끄럽게 싸이렌과 방송을 울려대는 것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생각도 안 해봤고요.
쌍용차 해고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별로 크게 생각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건이었는데 책에서 나온 해고자의 삶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해고와 고용불안이 몰고 온 한 인간과 가정의 파괴, 건강의 악화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추구해야할 고용문화의 방향을 알려줬습니다. 삼성의 직업병 소송은 작업장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고요.
#공동체
“
P.295 로세토 이야기는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
인간을 아프게 하는 여러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결론에서 저자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해야 하나 깊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접었습니다. 결국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건강한 공동체의 확산이 답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한낱 조무래기인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라 미래엔 할 수 있는 게 있게끔 만들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당장은 좋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언젠가 좋은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저자 김승섭 교수가 책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처럼 저도 그래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다소 엉뚱한 결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좋은 책을 보고 사유하며 성장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거기 때문입니다.
P.S 지금 참여하고있는 씽큐베이션을 만들어준 체인지그라운드와 대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싶습니다.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하고 또 발전한다면 조무래기 벗어날 날이 너무 멀지도 않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책과 친해지고 더 나아가 책 읽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이런 사회 문제들이 정말 건설적으로 잘 풀려나가겠죠?
함께 읽으면 좋은 책
1) 김희경 '이상한 정상 가족' https://mslee506.tistory.com/54 ▷
2)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https://sagna9250.tistory.com/45 ▷
씽큐베이션 4주차 도서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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