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2019. 4. 18. 02:36독서 모임/1기

(출처- 위키백과, JTBC 뉴스룸 보도 장면)


2017310일 대통령이 탄핵되는 국가 초유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20161024JTBC의 테블릿 PC 보도 이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정치스캔들은 탄핵 선고가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어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중 가장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이 된 대통령의 워딩.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        “???..  ??? .... 나도 ...”

 

수많은 패러디와 조롱을 몰고 온 이 발언은 이전 대통령의 품격 있는 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 향수에 대한 호응 때문인지 국민의 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 8년간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강원국 전 비서관이 쓴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습니다.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이 책에는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방법론 적인 이야기도 나오지만, 작고하신 두 대통령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도 나옵니다.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에서 소개된 연설문은 언론사나 국민의 찬사와 지지를 받은 워딩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 안정시키기도 하고,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기도 하는 그들의 연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품격 있는 말이 무엇인가 깨닫게 합니다.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기에 재독을 계획하고 있었고 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요. 빅데이터를 다룬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읽으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실 심각하진 않습니다. ^^;;)

 

P.155-6 오바마는 포용과 관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 웅변은 강력하고 감동적이었다. (...) 달리 말해 오바마의 연설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구글 검색 데이터는 다르게 말한다. (...) 사실 오바마가 연설하는 동안 그 이후에 이슬람교도에 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검색이 증가했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긍적적인 검색은 감소했다.

 

오바마는 옳은 말만 했다. 모든 전통적인 매체들이 모바마의 따뜻한 연설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표했다. 하지만 디지털 자백약을 제공하는 인터넷의 새로운 데이터는 이 연설이 주된 목적과 반대되는 효과를 낳았다고 암시한다.

 

이슬람계 이름을 가진 남성들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내 이슬람포비아가 우려되는 상황에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연설을 한 후의 상황입니다. 보신 것처럼 매체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에도 실제 국민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강 전 비서관이 아무리 명연설이라고 이야기해도 실제로 그런지는 조사해봐야 알겠다는 느낌을 번뜩 받았습니다.

 

또한 바로 이 지점에서 빅데이터의 장점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디지털 자백약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말 그대로 자백 시키는 약으로. 일상생활이나 설문과 같은 오프라인 상황에선 자기가 보여 지고 싶은 쪽으로 말하고 행동하지만 (마치 연예인들이 이미지관리를 하듯) 반대로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에선 숨겨왔던 은밀한 것들을 낱낱이 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가령 자신의 콘돔 사용량을 사람들 앞에선 실제보다 늘려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야구 동영상를 보지 않는 척 하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엄마 혹은 아빠를 검색하는.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온라인에서만 진실을 이야기하고요. 이것이 빅데이터의 4가지 힘 중 하나인 솔직한 데이터의 제공입니다. (이것 외에도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 제공, 작은 집단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음, 인과적 실험의 가능성 제공. 이 있지만 서평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구글 검색어라는 빅데이터를 통해 연설이나 국가 정책에 대한 진실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에 나오는 연설 이후의 구글 검색 데이터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도 생겼고요. 멋지고 품격 있는 글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연설을 들은 대중의 속마음은 구글이 더 잘 알 것 같으니까요.

 

빅데이터에 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생소했지만, 인간의 생각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간단한 정의를 내리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말미에 빅데이터가 갖고 있는 한계와 경계할 부분을 이야기하는 만큼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이지만 사회과학이 나아갈 새로운 길로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일독이 꼭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P.S 강원국 전 보좌관님을 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건 서평을 모두 읽으신 분들은 알겁니다. 책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빅데이터에 근거하여 이 짧은 서평도 여기까지 읽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겨봅니다.



(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