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2019. 4. 11. 01:53독서 모임/1기


한줄평: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이미 난 위너였어.

 

28. 남자. 기혼. 고졸. 취준생. 천주교. 영어 성적 없음. 자격증 없음. 경력 16개월 ...

 

서평 제목을 적고 세상의 기준에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 몇 가지를 떠올려봤습니다. 온기라곤 하나 없는, 이력서에나 들어갈 법한 단어들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이력서를 가지고 들어갔다간 알바 면접자리 정도가 아니라면 바로 뻥 하고 차일 것입니다.

 

가족들 안에서 굳건한 믿음과 신뢰를 받고 있음. 어떤 상황에도 전화하기에 거리낌 없는 친구나 지인이 10명 정도 있음. 희망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희망을 볼 줄 아는 믿음이 있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 ...

 

이번에는 세상의 기준이 아닌 주변 지인들이 이야기한 것과 제 생각을 토대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표현들을 써봤습니다. 투 머치 토커라거나 오글거리림을 너무 자주 유발한다는 등의 주변의 부정적? 표현은 안 썼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뻥 차버릴 만큼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저를 예로 든 거라 읽는 입장에선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한 개인을 어떤 시각과 잣대로 보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느껴볼 수는 있을 겁니다. 이렇게 75억분의 1에 해당하는 개인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개인이 성공하는 법칙을 천편일률적으로 고정시킨다는 것은 넌센스로 보입니다.

 

하지만 ‘SKY 캐슬이 올 초 대한민국 안방을 뜨겁게 달궜던 것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단정 지어 이야기하긴 뭐하지만, 뉴스나 기사를 보면 드라마 방영 후 입시코디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좋은 대학이 성공의 등용문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네이버 SKY 캐슬 입시코디 기사 검색 시 상단의 기사들)

 

사실 부끄럽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과거 수험생 시절 대치동 학원가를 전전했습니다. 고액의 컨설팅도 받았고 이후 조교 일을 하면서 중학생이 고3 수능수업을 듣는 등의 일을 이 동내에선 으레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건 곧 아이가 태어날 가장임에도 불과 얼마 전까지 성공을 위해 다시 대입준비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인의 특성이나 적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공부 잘함 = 좋은 대학 = 성공이라는 따분한 성공법칙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은 한줄기 빛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rologue. 성공에 요구되는 자격과 전술을 말하는 책은 수도 없지만, 그 방법들이 진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 성공에는 이런저런 조건과 자격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멋진 말 같지만 엄청난 헛소리다. (...) TV에서 보여주는 사례들이 성공의 전형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공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아는 것이며 주위 상황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 미운 오리 새끼도 백조들이 노니는 호수에 갔더니 백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만의 별난 짓, 내가 애써 없애려 하는 습관, 학교에서 놀림 받았던 행동. 어쩌면 그런 것들이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나만의 장점일 수 있다.

 

작가는 우리에게 성공에 대한 생각과 개념을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성공을 완벽함의 완성이라 정의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앎과 상황과의 적절한 조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의 눈엔 가시로 보이는 나의 행동이나 습관이 장점일 수 있고 성공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막돼먹은 성격으로 영국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 처칠과 같은 예를 들면서 말이죠.

 

그리고 저자가 성공에 대한 시각을 다르게 갖고 가는 만큼 전개하는 방법도 조금 다릅니다. 보통 자기계발 베스트셀러가 한 가지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고 살을 붙여 나간다면,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성공에 관한 요소와 명제들을 서로 경합시켜 진짜 성공이 무엇인지에 다가갑니다. (모범생 VS 반항아, 착한 사람 VS 나쁜 사람, 그릿 VS 전략적 포기, 실력 VS 인맥, 자신감 VS 지나친 자신감, 워커 홀릭 VS 워라밸)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자기계발 종합선물세트라고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적였던 부분은 마지막 챕터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렇게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렇게 저렇게 성공하는 법칙을 알려주긴 했지만, 결국에 제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거에요. 일과 삶 중간에서 균형을 잘 잡는 거요. 균형 못 잡으면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해도 진짜 성공이 아닐 거예요.” 

-- (저의 뇌피셜)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 워라밸 노래를 했지만 저는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정시에 퇴근해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주말에는 여행갈 여유?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챕터를 읽으며 진지하게 많이 고민하다보니, 특히 성공에 대한 나만의정의를 내리려다 보니 진정한 워라밸이 보였고 성공이 이미 제 손 안에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P.297 각오를 다져야 한다. 남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야 한다. 세상은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고 말한다.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 내가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원하는 것을 갖게 된다. 남들이 정한 경계선만 따라 움직인다면 다 가졌다는 외침은 영원히 남들의 외침이 된다. 지금은 내가 알아서 균형점을 마련해야 한다.

 

강남 8학군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왔고 졸업 후에도 그곳에 살면서 성공에 대한 막연하고 왜곡된 생각을 많이 가져왔던 저입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주변 기류에 휩쓸려 무턱대고 높은 목표를 잡다가 넘어지고 깨지기 일수였습니다. 이제는 벗어나려 합니다. 그들이 제시한 성공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정한 성공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저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믿어주는 부모님과 아내,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저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스펙은 없지만 무얼 진짜로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 현실이 조금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요즘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이런 생활이 기약 없이 길진 않을 거란 희망과 믿음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세상의 시각에서 저는 루저였지만, 지금 저의 관점에선 이미 성공한 위너입니다. 많은 분들이 성공의 골짜기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관점을 조금 바꾸고 시선을 바로잡는다면 루저가 위너로 바뀌는 특별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나만의 성공 방식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화이팅!

 

P.S 사랑합니다. 나의 아내, 우주, 부모님, 가족, 애들, 지인들, 그리고 주님! 씽큐베이션은 감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에릭 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