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2019. 4. 24. 02:29읽다/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한줄평: 미안합니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이런 책을 읽고 사유해야 합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집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두 책 모두 내게 많은 생각거리와 공부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책들 읽기가 사실 쉽지 않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그렇다. 나는 왜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았는가. 왜 이제야 이것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되는가. 착잡하고 무거운 가슴 한켠에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어하며 위로도 해보지만 부끄러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밤이다.

 

# 초등학교의 기억

 

이 책을 읽으며 기억 저편에서 숨어있던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따돌림 받던 친구다. 엄마끼리 아는 사이여서 그 친구가 소리 소문 없이 전학을 가기 전까진 그 집에 가서 가끔 게임도 함께 하고 놀기도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깐 내가 굉장히 괜찮은 아이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되기 전까지는 같이 놀면서 다른 면을 많이 느끼긴 했지만, 별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반이 되고. 학급 안에서 벌어지는 그 아이에 대한 따돌림과 폭력, 욕설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와 친한 아이들이 그 친구를 놀리고 때리는 것을 보면서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말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가끔은 웃기도 했다.

 

사건이 크게 터졌다. 체육시간에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온 아이들은 평소와 같이 그 친구를 괴롭혔다. 그 순간 그 친구의 어머니가 달려와 구둣발로 괴롭히던 친구를 사정없이 찍었다. 어머니는 괴롭히는 아이들이 없는지 항상 숨어 운동장을 지켜봤던 모양이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그 친구는 학교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아이들과 함께 그 엄마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지? 하며 욕하고 비웃었다. 정말 부끄럽다. 곧 아이가 태어날 예정인데. 내 아이가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그러지 않았을까? 정말 부끄럽다.

 

# 아내와의 대화

 

결혼을 준비하며 자녀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와 많이 나눴다. 그 과정에 나왔던 것 중 하나가 임신을 했는데 뱃속 태아가 아픈 아이면 어떻게 하지? 였다. 나는 평소에 그런 쪽의 생각은 아예 해본 적이 없어서 아내의 그런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아내의 걱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끼고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하며 잘 어르고 달래며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잘 정리한 후 내게도 갑자기 밀려오는 생각.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그날 내 머릿속에도 그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고. 실제로 아이가 생기고 나서도 기형아 검사를 할 때마다 혹시?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런데 사실 만약에 기형아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우리 부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낳는다고 마음을 모으긴 했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갔으면 어땠을지는 상상이 안 간다.

 

그렇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왜곡된 생각들과 편견들을 많이 없애줬다. 그래서인지 혹시라도 상상이 안가는 그런 상황이 펼쳐졌을 때 어렵겠지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모로 나를 많이 부끄럽게 만들었던 책이다. 정말 많이 잘못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꼭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하면 좋겠다.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작게나마 시작할 것이다. 저자에게 피구 관리해야 돼하며 진실 된 연기를 했던 친구가 한 진심어린 연기를 말이다. 존엄의 순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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