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2019. 7. 24. 16:54읽다/읽기와 쓰기에 관하여

인생에서 불이익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

 

나는 식당에 가면 맛을 보기에 앞서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는 파는 음식과 가게의 분위기가 얼마나 잘 조합되어 있는지를 보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을 땐 그 음식과 식기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본다. 마지막으로 먹기 직전엔 식기 안 음식이 얼마나 정갈하게 담겨 있고 표현되었는지를 보며 그 과정을 마무리한다. 맛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맛을 싸고 있는 것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단계를 보고 까다롭게 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저 적당히 맛있고 배만 부르면 장땡이지, 뭐하러 그런 자잘한 것까지 신경 쓰냐며 말이다. 이런 태도는 손님의 관점에서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식당 사장이 이런 사고를 하고 있다면 절대 그 가게는 성공한 식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보다도 더 많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언어 활동이다. 우리가 꼭 문필가나 아나운서가 아니더라도 그들 못지않게 글과 말로 밥을 벌어 먹고살고 있다. , 이 능력은 인생의 성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학생일 땐 논술 답안지나 리포트,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과 회사가 달라진다. 취업한 이후에는 기안서, 보고서 등 끝없는 글쓰기를 토대로 업무를 해야 하고. 이 과정이 고과와 승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 외에도 예는 끝도 없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음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제대로 된 한국어 사용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식당의 주인이 아닌 손님이 그저 적당히 배부르고 맛있으면 만족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내용과 의미만 대충 잘 전달되면 내가 어떻게 쓰고 말했는지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곤 개떡같이 이야기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면 소통이 안 된다며 한숨을 퍽퍽 쉬기도..)

 

다르고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품고 있는 한국어 표현이나 문법에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큰 성공을 떠나서라도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 쓴 러브레터의 표현이 미묘하게 잘못되어 그 사람을 못 만난다면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의미와 뜻을 제대로 담을 만한 올바른 한국어 글쓰기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린 그것을 나의 한국어 쓰기 노트통해 배울 수 있다.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한국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다저자가 30년간 한국어 쓰기를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부분7가지로 나눠 (조사어미호응생략축약높임말시제 수많은 예문과 연습문제를 통해 한국어를 올바로 쓸 수 있게 도와준다. (‘토지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의 글에서 잘못된 한국어 표현의 예를 보여줘, 문필가들 또한 올바른 한국어 표현 쓰기에 취약하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연습문제가 너무 많아서 웬만한 학구열로는 완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귀찮은 마음에 평소에 쓰던대로 써도 큰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주인의식 없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을 한국어 글쓰기 사장이라는 주체 의식으로 무장해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의 내용 하나 하나를 공부해간다면, 내가 쓴 글 때문에 (의미나 내용이 좋다는 가정하에) 오해를 사거나 불이익을 볼 일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아직도 나는 문필가가 아니니깐 개떡같이 써도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발췌한 글을 읽고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P.21  자기의 중요한 뜻이 문장 구성의 잘못으로 인해서 오해되거나 평가 절하되지 않도록 가장 어법에 맞는 문장을 쓰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바르게 쓴 언어와 문장 속에 아름다움과 참됨이 깃든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2019.07.24. (2019_106)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남영신


P.S 김소월의 산유화암송하면서 조사 그렇게 쓴 것 가지고(외우기 헷갈린다고) 무식하게 욕했던 내가 정말 부끄러웠다는 ... 이 책을 읽었음에도 아직 한국어 글쓰기를 제대로 못해낸다는 슬픈 이야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