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5. 13:14ㆍ읽다/인간을 만나러 가는 시간
한줄평: 영화보다 책이라는 이유를 이제 알겠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중간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불의 잔’이 확실한 변곡점이자 전환점의 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고요. 3편까지는 볼드모트의 형편없이 힘이 약했고 4편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온전한 형체를 갖춘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추종자를 다시 모으기 시작했고. 자신의 영향력을 떨치려 날개 짓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뭐 저는 볼드모트의 실체화와 스토리상의 큰 변곡점보다는 해리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손에 넣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이 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로만 봐온 ‘해리’라는 인물은 책 속에서의 ‘해리’와 많이 달랐습니다. 영화에선 갑자기 성장하고 갑자기 이겨내고. 뭔가 그렇게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은데 참 잘 이겨냅니다. 뭔가 항상 운이 그에게만 반짝 웃어주는 것 같고, 선택받은 아이라 위기의 순간에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 해리가 노력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든 그냥이 없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이타심, 특히 디고리와 마지막에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함께 쥐려고 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챔피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해리가 실력만 키우고 이타심이 없었다면, 반대로 실력은 안 키우고 이타심만으로 뭔가를 하려고 했다면 용에게 죽고 물에 빠져 죽고 볼드모트에게 죽었을 것입니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지닌다고 다 승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해리가 이겨내는 심리적인 것들, 학교 내에서 받은 엄청난 압박감과 불안을 영화에선 크게 공감하기 어려웠는데요.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나를 쳐다보고 판단하고 비난하고 평가한다면 과연 내가 이겨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누군가가 가장 친한 친구라면 더욱 더요.
이전까지 해리포터를 재미위주로 봤다면 이제는 조금 여러 가지 의미를 찾으며 볼 수 있습니다. 집 요정들의 임금에 관한 이야기나 퍼지 장관이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숨기는 모습 등은 단지 재미적 요소를 떠나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해리의 성장 과정에서 배울 점을 제외하고도 말이죠.
최근에 너무 재미위주의 독서만 해서 해리포터를 잠시 넣어둘 생각이지만, 다른 책 열심히 읽고 보상하는 차원에서 한 권씩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후르륵 읽어서 빨리 결말을 짓기엔 좀 아쉬워 그렇기도 합니다. 아무튼 재미와 의미 모두를 잡은 해리포터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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