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조앤.K.롤링

2019. 4. 5. 00:08읽다/인간을 만나러 가는 시간

한줄평: 역시 너는 나에게 길을 제시해

 

저는 옛날부터 슬럼프가 오거나 잊고 싶은 일이 생기면 보통 하는 일이 해리포터 전편 돌려보기, 반지의 제왕 돌려보기, 스타워즈 돌려보기를 합니다. 물론 영화로요! 작년까지만 해도 책을 아예 안 읽던 사람이었다는... 그런데 요즘 봄바람이 살랑거려 그런지 자꾸 나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듭니다. 저번 달부터 약간 책에서 느끼는 재미를 잃어가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나의 구원자인 그 영화들을 돌려봐야지 생각했다가, 그래 이제는 책 읽는 사람인데 책으로 한 번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해리포터를 영화로 10번 넘게 봐서 그런지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1편은 책 속 이야기 대부분이 영화에 담긴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영화 볼 땐 그냥 넘어갔던 장면이 이번에는 좀 많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P.79 그럼 내가 설명해 주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소망의 거울을 보통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단다. , 그것을 들여다보면 정확히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니까 말이다.

 

해리가 소망의 거울을 보다가 프로페서 덤블도어에게 들키고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덤블도어의 거울에 대한 설명인데요. 본인이 희망하고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울. 그런데 행복한 사람에겐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거울. 작가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요즘 제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도 이런 생각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진짜 책 1년에 1권을 못 읽고, 안 읽었습니다. 그런 제가 요즘은 한 달에 20권 가까이 읽고 6개월간 1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분명히 달라졌고 많이 발전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의 욕심은 끝없이 커져 지금의 제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00권쯤 읽었으니 속도가 좀 붙어야 하는데 그대론데? 서평도 스르륵 써버리고 사람들에게 잘 쓴다는 인정도 받고 싶은데 그저 그래

 

뭐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독서하시고 글을 써오신 분들과 저를 비교하며 계속 옥죄기 바빴습니다. 아직도 꿈나무인데, 이제 한 걸음 뗀 건데. 씽큐베이션 그룹원분들 서평을 읽으면서도 저의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끼면서 마구 저 스스로를 아프게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내려놓고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행복해 했던 그때로. 도저히 서평을 어떻게 쓸지 모르겠어서 한 글자로 서평 아닌 서평을 끝내고, 책 이름만 띡 적고도 서평 썼다고 자부했던 그때로 돌아가려 합니다.

 

제 머리와 마음 속 불필요한 것들 모두를 거둬드려 비워내면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겠지 기대해봅니다. (그것도 하지 말고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 그래야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P.S 해리포터 서평 치고는 좀 많이 무거웠는데. 재밌습니다. 아주아주아주아주. 뒤로 갈수록 책이 두꺼워지는 걸 보니 영화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것 같아 기대감이 많이 올라가는 중입니다. 모두 행복하신 독서와 생활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