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2019. 7. 18. 14:45독서 모임/2기

 

요즘 씽큐베이션을 통해 심리학과 관계에 대한 책을 쭉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내가 생각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신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서를 하기 전에도 문득(아니 자주) 느꼈었고, 독서를 시작한 이후에는 온몸으로 느끼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신호들이 왔을 때 그냥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을 향해서만 달렸다. 이상향에 도달하면 그런 신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자위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묵묵히 걸어 나갔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내 인생의 비극을 만들고 있음을 모른 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항상 나보다는 잘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다. 나보다 인기가 많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돈이 많거나 등등 .. 그래서인지 무의식적으로 나도 뭔가 뛰어난 게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던 것 같다. 그 친구들과 비슷하게 맞춰가기 위해 나중에 커서 꼭 돈을 잘 벌어야 하고, 꼭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엄청난 인물이 돼야하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나를 채찍질 해왔다. 2 , 좋은 대학엔 가야겠는데 공부는 하나도 해놓은 게 없으니 외국으로 (도피)유학이라도 가려고 준비를 했었고. 유학 좌절 후 재수 끝에 경기도에 있는 어느 국립대에 입학했을 땐, 뭔가 명문대학을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게 다는 아니지만) 가야금을 다시 시작했다. 결혼 후 아버지 그늘 밑에 있기 싫다며 독서와 글쓰기에 광적으로 열을 올리고 자기계발을 하는 지금의 모습도, 기준 안에 들려는 나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평소 관계에도 큰 문제가 없었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도 많았기에 항상 자신감이 많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자존감에 대한 키워드가 나오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무시해왔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를 읽으면서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 오로지 이 책 때문에 내 자존감의 문제를 직면했다곤 말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과 삶을 산책하는 시간의 도서를 쭉 읽으면서 조금씩 바뀌다 이번에 터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을 장식한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가 지금까지 나의 기준이 아니라 남의 기준에 맞춰 나의 삶을 살아왔음을 확실히 깨닫게 만들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P.42 더 나은 나, 더 나은 사람은 다른 멋진 누군가가 되려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가능한 일이다. (...) 나는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당당한 자존감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사람도 그런 사람 아니던가.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10년간 거의 모든 순간을 남과 비교하며 맘 편히 살아본 적이 없다. 항상 더 나은 나’, ‘내 이상에 걸맞은 나를 쫓아 멋모르고 나를 채찍질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언제나 결핍과 불안함에 싸여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을 거라고. 멋진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만든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멈출 거라고. 지금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거라고.

 

내가 서평을 자존감에 모든 초점을 맞춰 썼지만, 책의 제목처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관계 안에서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상처의 순간을 대처할 25가지 방법까지, 실용적으로 나를 어떻게 지키고 관계를 잘 이어나갈지 보여준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인간관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를 추천한다. 관계를 잘 풀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려줄 것이다.

 

P.207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슬픔을 의존하지 말자.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불안정한 존재들일 뿐이다. 나의 능력을 판단하는 데는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믿음직한 심판이다.

 

2019.07.16. (2019_102)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배르벨 바르데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