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2019. 6. 18. 22:43독서 모임/1기


한줄평: 데미안 이후 4개월 만에 만나는 부족한 나

 

얼마 남지 않은 씽큐베에션 1기의 지정도서 '지구의 정복자'를 처음 만났을 때 아름다운 책 표지에 매료되었다. 표지만큼이나 세련된 서문과 고갱의 그림이 함께 던지는 묵직한 물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물음은 서문 자체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부푼 마음을 이끌며 읽은 본문은 맘처럼 쉽게 읽을 수 없었다. 물음이 주는 무게감만큼이나 담겨있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결코 가벼운 것이 없었다. (이해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너무 많다)

 

,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조금씩 있어서 여러 복잡한 생각에 서평을 어떻게 쓸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냥 이해 못한 내용이나 납득이 안가는 내용을 억지로 쓰기보단 인상 적였던 부분 몇 가지를 발췌하며 정리하기로 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 반쪽짜리 서평이 되겠지만.. 내가 아직 부족한 걸 어쩌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P.62 호모 사피엔스는 대형 동물 중에서, 즉 인간의 뇌만 한 뇌가 진화할 만큼 큰 동물 가운데 진화의 미로에서 필요한 행운의 모퉁이를 모두 다 돈 유일한 종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설명하며 진화의 미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미로를 돌면서 딱딱 맞게 필요한 선적응들이 일어난 것은 인간이 유일했고, 그 미로를 거쳐 지금에 이렀다고 말한다. 이중 특히 인상 깊게 남은 것은 고기를 포함한 식단으로의 변화가 인류 발전에 크나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P.124 생물학적 인간의 마음은 우리의 영토이다. 그 모든 기벽, 비합리성, 위험한 산출물, 온갖 갈등과 비효율성을 지닌 생물학적 마음은 인간 조건의 본질이자 의미 자체이다.

 

앞쪽의 내용에서 인류는 대량 학살의 과정으로 지금에 이르렀고, 그것이 보편적이고 영속적이라는 것을 보면서도 많이 뜨악했지만, 이와 같은 정의는 내겐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충격으로 다가왔음에도 뭔가 뚜렷이 반박할 수도 없는 내용이라 더 충격적였던 것 같다. 또 다른 정복자 개미와는 다르게 자연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인간을 생각하면 이 정의가 잔인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정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P.363 이제 내가 지닌 맹목적인 믿음을 고백해야겠다. 우리가 몹시 원한다면, 22세기쯤이면 지구는 인류의 영원한 낙원이 되거나 적어도 그 초입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생물들에게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히겠지만, 서로에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소박한 윤리관, 이성을 가차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 태도, 우리가 진정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게 된다면, 우리의 꿈은 마침내 이곳 지구에서 실현될 것이다.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서 곤충의 진사회성을 보여주고,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엄청난 시각과 안목으로 서술한다. 중간에 꽤나 불편한 내용도 있었고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론 부분에서 저자가 하는 믿음 고백은 내게 한 줄기 찬란한 빛으로 다가왔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저자의 꿈이 사실 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부족함을 절절히 느끼며 한줄 한줄 읽어냈다. 이런 책도 잘 읽어낼 수 있도록 실력을 기르자.

 

P.S 내용 이해가 어려워 책을 읽으며 여러 자료를 찾아 함께 읽었다. 최재천 교수의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윌슨 교수의 이 이론은 기존의 것을 깨는 이론이고, '이기적 유전자'와 대척점을 이루는 내용이라고 한다. 아직 논쟁 중에 있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윌슨 교수의 새로운 도전은 뭔가 멋지다. 실력을 길러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다시 읽어보자.!

 

 

2019.06.19. (2019_94) ‘지구의 정복자에드워드 윌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