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9. 15:58ㆍ독서 모임/1기
한줄평: 나는 눈 뜨고 코 베이기 싫어요 (+ 내가 포커를 끊은 이유?)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주에 만나 나눌 예정인 ‘벌거벗은 통계학’은 선정도서 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지만, 가장 소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통계에 관한 어려운 공식이나 이론은 거의 배제하고 인문학 책처럼 재밌게 썼지만 육아 중 짬짬이 읽다보니 그런 느낌이다. 완독을 하긴 했지만 소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평을 쓰는 것이 아쉽지만 나중에 꼭 재독할 다짐을 하며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평을 써보겠다.
# 통계를 어디다 써?
"
P.13 이 책을 쓴 목적은 창문 없는 교실에서 강제로 수학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은 물론, 숫자와 데이터가 가진 놀라운 힘에 흥미를 느끼는 모든 독자에게 통계의 중요한 개념을 보다 직관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
이 책의 말머리에 저자는 학창시절 미적분 선생님과의 마찰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찰의 주된 요인은 그 누구도 미적분의 중요성을 알려주지 않은 채 그걸 기계적으로 배워야하는 상황이었다. 왜 해야 하는지, 어디다 써먹을 수 있는지 배우지 못했던 저자의 일화는 내가 확률 통계를 처음 배웠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nCr, nPr, n 팩토리얼, 그리고는 곱의 법칙, 또는은 합의 법칙 ... 수포자였던 내가 고2 겨울방학 때 처음 만나야 했던 확률과 통계 공식이다. (이 이상은 기억이 안 난다 ㅎㅎ) 내가 이 때 수학공부를 한 이유는 오로지 수능점수였고 정말 이걸 과연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안하며 그냥 기계적으로 공식을 외웠었다. (그냥 수학 자체를 어디다 써먹어?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애석하게도 그로부터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수학과 통계 공부를 열심히 안했던 것이 가끔 후회스럽다. 단순하게 야구나 운동경기만 보더라도 통계가 들어간다. 타율부터 상대적으로 복잡한? OPS나 WAR 등을 볼지 모르면 어디 가서 야구 본다 소리를 하기 힘들 것이다.
스포츠가 아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통계를 모르면 안 된다. 당장 뉴스나 신문을 보면 각종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 많다. 정부 부처에서 브리핑을 해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기업에서 회의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도 통계자료를 가지고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통계자료가 넘쳐나고 그것을 기반으로 결정이나 선택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통계학을 모르고 살아간 다는 것은 아무 근거 없이 내 전 재산을 어딘가에 투자하는 행위와 비슷할 수 있다.
# 통계의 함정
이렇게 써놓고 보니 통계가 거의 만능으로 보인다. 통계가 모든 걸 올바로 보여주고 올바른 선택의 기초를 제공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걸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
P.99-101 백분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과장할 수는 있다. 성장세를 폭발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시작 지점에서의 변화에 백분율을 사용하는 것이다. (...) 똑같은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구성해 민주당 청중과 공화당 청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P. 214 선택 편향이 발생하는 경우는 그 밖에도 많다. 공항에서 소비자조사를 실시할 경우,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일반 대중보다 부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설문 결과가 편향될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설문조사를 한다면 이와 정반대로 편향될 것이다.
”
내가 발췌한 내용을 제외하고도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통계가 만들어낸 함정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모토가 ‘새빨간 거짓말, 통계’이다) 통계를 실수로 잘못 적용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일부러 오류를 만들어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저자가 통계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때보다 통계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설명할 때 더 통계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짜 뉴스가 많은 만큼 악의적으로 통계를 조작해 진실을 은폐하고 이득을 보려는 이가 적지 않은 요즘.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없으려면 통계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하기 때문이다.
# 번외 편, 내가 포커를 끊은 이유
“
P.186-187 카지노에 가면 주사위나 카드를 애타게 바라보며 “이제 나올 때가 됐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룰렛 공이 연달아 다섯 번 검은색에서 멈췄다면 이제는 분명히 빨간색에서 멈출 차례다. 아니, 아니, 그렇지 않다! 공이 빨간색 순자에 멈출 확률은 변함없이 16/38이다. 그렇지 않다고 믿는 것을 종종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른다.
”
카지노가 합법인 나라에 놀러 가면 매일 방문하며 한 푼 두 푼 재미로 돈을 잃기도 했고. 요즘은 안치지만 예전엔 친구들과 영업장에 가 카드를 종종 치곤 했다.(합법적인 영업장)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예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다 딴 사람이 편의점에서 육개장 사발면을 쏘고 귀갓길 택시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아주 극 소액으로 카드를 쳤지만, 가끔 게임에서 이기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뭔가 카드가 잘 들어오는 날엔 그 좋은 끗발이 끝까지 갈 거라 착각했고(‘핫 핸드’ 개념, 방금 전 골을 넣은 선수가 이번 슛에도 골을 넣을 거란 생각), 카드가 잘 들어오지 않는 날엔 이번엔 들어오겠지? 예상하며 ‘도박사의 오류’를 범했다.
이런 오류들을 독립적인 사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벌어지는데. 꼭 카지노나 도박에 관해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많이들 행하는 오류라 번외로 담아봤다. 당시 내가 포커를 그만둔 이유랑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앞으로 혹시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를 근거는 되니깐 끊은 이유라고 쓴 것을 MSG로 바라보지 않으면 좋겠다. (사실 MSG적 요소가 없진 않다. 하하)
아무튼! 통계에 관해 잘 모르지만 정말정말 좋은 책이다. 눈 뜨고 코 베가는 요즘 세상에 최소한의 통계적 사고는 필요할 것이다. 그 출발로 이 책 ‘벌거벗은 통계학’을 강력히 추천한다.
P.S 좋은 책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항상 도와주시는 체인지그라운드와 대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9.05.29. (2019_85) ‘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독서 모임 > 1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고 굵은 유대관계를 얻는 방법 (0) | 2019.06.08 |
---|---|
'친구의 친구' 인맥관리법 (2) | 2019.06.05 |
씽큐베이션 온라인 모임 발제,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0) | 2019.05.24 |
씽큐베이션 온라인 모임 발제, 나만의 효과적인 휴식/점심시간/휴가 팁은? (0) | 2019.05.24 |
씽큐베이션 '돈의 역사' 진행 자료 (0) | 2019.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