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4. 15:09ㆍ읽다/읽기와 쓰기에 관하여
처음에 내가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이유는 오로지 나의 성장에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읽을 거라는 생각을 정말 1도 하지 못했다. 블로그 포스팅과 인스타 업로드를 나중에 필요할 때 내용을 다시 찾기 편리하게 하는 도구와 자기만족 기록의 창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글을 많이 쓰고 올리다보니 사람들이 좀 많이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끝까지 읽어줬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을 거라는 암울한 결론을 내리며 생각을 맺었지만..), 글을 잘 쓴다는 찬사도 듣고 싶어졌다.
그런데 독자를 일절 고려하지 않고 글을 쓰던 내게 이런 바람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독자를 고려하지 않다보니 내가 보고 이해하기 편하게만 글을 썼고, 그 글이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가 있는지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내게 씽큐베이션 ‘잘 팔리는 글쓰기’ 과정은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그룹장 윤피디님은 모임 초반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독자를 강조하셨고. 유명 작가의 강연 영상이나 인터뷰만 보더라도 글쓰기에서 최고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 독자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담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무엇에 쉽게 빠져들고 좋아하는지 알면 될 것이다. 독자들의 숨겨진 속마음을 전부 알 순 없더라도, 어떤 것에 눈이 더 가고, 어떨 때 더 잘 집중하고 기억하는지 알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 독자들의 숨겨진 속마음을 잘 알려주는 책이 있다. 미국에서 핫한 히스 형제의 ‘스틱’으로, 경제 경영 마케팅으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독자의 속마음을 이보다 잘 알려준 책은 본적이 없다.
매일 듣는 엄마의 잔소리는 집을 떠나는 순간 잊혀지는 반면, 잊고 싶어도 여름밤만 되면 여고괴담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메시지의 6가지 특징을 안다면 당신도 여고괴담과 같은 글과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더 나아가 잊고 싶어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런 글을 말이다.
SUCCES!
1. 단순성 (Simplicity)
2. 의외성 (Unexpectedness)
3. 구체성 (Concreteness)
4. 신뢰성 (Credibility)
5. 감성 (Emotion)
6. 스토리 (Story)
그럼 이제 저자가 제시하는 이 여섯 가지 법칙을 한번 들여다보자
# 단순성 (Simplicity)
“
P.32 만일 당신이 법정에서 열 가지 주장을 펼친다면, 설사 그 열 가지 주장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평결을 내리는 배심원들은 그중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P.52 단순해지라는 건 ‘정보의 수준을 낮추라’거나 ‘간단한 요약문을 만들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하다는 것은 쉬운 말만 골라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순’의 정확한 개념은 메시지의 ‘핵심’을 찾으라는 의미다.
”
글을 쓸 때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들은 것이 있다. 군더더기를 빼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군더더기는 문장 차원의 필요 없는 성분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글의 핵심 주제와 논리에서 벗어나는 쓸데없는 내용이나 의미 없이 중복되는 이야기 등을 말할 수 있다.
히스 형제가 단순함의 의미로 정의한 핵심+간결함은 군더더기 빼기와 잘 연결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간혹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보면 기억하고 싶고 남기고 싶은 내용이 많아 하나의 주제를 잡고 서평을 쓰기 보다는 중구난방으로 이거 찔끔 저거 찔끔 쓰던 적이 있다. 이렇게 쓰면 내가 나중에 찾아서 보기에는 편하겠지만, 책을 읽지 않고 서평을 읽는 독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앞으로 나를 위해 따로 보기 편한 글을 또 쓸지언정 독자를 고려한 글을 쓸 때는 꼭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잡고 써야한다.
# 의외성 (Unexpectedness)
“
P.113 요점은 이렇다. 자신의 메시지를 스티커처럼 만들고 싶다면 다른 이들의 추측 기제를 망가뜨린 다음 그것을 다시 수리해야 한다. 문제는 추측 기제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늑대 광고와 같은 가짜 놀라움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글을 쓸 때 제목이나 첫 문장이 갖는 힘은 엄청나다. 그래서 잘 팔리는 글의 제목이나 첫 문장을 읽어보면 그렇지 못한 글들과의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무미건조한 제목과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면, 게다가 글쓴이가 검증된 사람이 아니라면 독자는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한 채 그 글을 떠나갈 것이다.
반대로 일반적인 이야기를 상식과는 다르게 얘기하며 시작한다거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외의 시작을 보인다면 독자는 무슨 내용이 뒤에 이어질까 궁금해서라도 그 글을 계속 읽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발췌한 내용과 같이 여기서 구라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본문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써놨다거나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썼다면 이건 독자를 기만하고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꼴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예측을 뒤엎는 출발을 하되, 그 예측을 사실에 입각해 결론을 맺어줬을 때 독자는 만족할 것이다.
# 구체성 (Concreteness)
“
P.162 초보자들은 구체성을 열망한다. 혹시 논문이나 과학 기사 또는 메모를 읽다가 온갖 화려한 추상적 개념과 언어들 때문에 절망하여 제발 예를 들어달라고 울부짖어본 적이 없는가? 요리책을 읽다가 너무나도 추상적인 요리법 때문에 프라이팬을 뒤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적은? ‘반죽의 농도가 적당해질 때까지 젓는다’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
2달 전 쯤 백종원씨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이틀만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며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심지어 연예인도) 구독자 상승 곡선을 보여줬다. (현재 2개월만에 258만 구독자 달성)
백종원씨가 방송에 나오기 전에도 굉장히 많은 요리 프로그램과 유명 요리연구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인기는 백종원씨의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인기를 얻은 이유는 굉장히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한 가지를 꼽아보면 그가 보여준 레시피의 구체성이었다.
백종원씨 이전의 요리 프로그램의 조리 장면과 레시피 소개를 보면 이미 세팅된 상태에서 양념과 소스를 넣고, 보통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없는 계량된 수치를 사용하며 음식하는 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그는 요리를 할 때 사람들이 사용하고 잘 알고 있는 종이컵이나 소주잔 같은 것을 가지고 장과 조미료의 양을 설명해줬다. (몇 큰 술, 몇 온스보다 소주잔 몇 개, 혹은 종이컵 몇 개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서평으로 다시 예를 들어보면, 서평을 읽는 독자는 책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서평에서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용어를 서평에 적어놓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독자는 분명히 무슨 이야기야? 하면서 짜증을 내고 그 서평 읽기를 멈출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서평을 쓰거나 글을 쓸 때 생활 속에서 편히 알 수 있는 단어나 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언어 표현이 꼭 필요할 것이다.
# 신뢰성 (Credibility)
“
P.204 진정한 권위는 그 지위가 아니라 출처의 정직성과 신뢰도에서 온다. 그래서 때로는 반 권위가 권위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다.
”
사실 자신이 유명한 사람이라거나 학계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굳이 자신의 글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받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은 그들처럼 쉽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도 충분히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글을 쓴다고 다고 가정할 때 참고도서 목록이나 논문 목록 등은 그 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일반인은 유명한 교수나 과학자들처럼 실험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실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써놓은 논문이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신 글의 근거와 논거로 삼는다면 일반인인 우리의 글에도 충분한 신뢰가 생길 것이다.
독자입장에서 글의 신뢰가 없다면 끝없이 의심하며 읽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읽는 것을 그만둘 것이다. 그렇기에 글에 신뢰를 싣고자 노력해야 한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 감성 (Emotion)
“
P.248 우리는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살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 역시 사람들이 각별히 마음을 쓰고 행동할 취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
얼마 전 네이버 해외축구 기사 댓글을 더럽히던 호날두 VS 메시의 종전을 고한 이슈가 있었다. 호날두 노쇼 파문으로 빚어진 이슈인데,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 네이버 해외축구 기사는 언제나 호날두와 메시 둘 중 누가 최고의 선수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팬들로 더럽게 얼룩져 있었다. (온갖 패드립이 난무했던 댓글들은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랬던 댓글 창을 오로지 호날두 혐오 댓글로 싹 바꿔버린 것은 그가 단순히 친선경기를 나오지 않아서 만은 아니었다. 친선전 직전에 중국에서 그가 보여줬던 팬서비스와 한국에서의 팬서비스의 온도차이가 극명했던 것이다. 호날두는 친선전 노쇼 이후에도 한국 기자나 팬들을 무시하는 표정과 모습을 보였고, 출국 이후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는 그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행동까지도 바꾸게 만들었다.
이처럼 감성 자극의 힘은 엄청나다. 특히 분노, 혐오, 연민과 같은 감성은 그 어떤 감성보다도 힘이 강력하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이런 감성적인 요소들을 잘 녹여서 쓴다면 글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을 붙잡아두기에 아주 좋다. 독자들이 내 글을 끝까지 읽게 하고, 그것을 통해 행동하게 하고 싶다면 꼭 감성을 자극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감성이 사람을 쉽게 바꾸고 매료시킨다는 것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사용한다면 이 또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감성을 적절하고 적당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 스토리 (Story)
“
P.346 스토리는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자극하는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드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힘을 통제하기 위해 풍부한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매일 매일의 삶이 만들어내는 훌륭한 스토리를 포착할 준비만 갖춰두면 되는 것이다.
”
후, 이제 6가지 중 마지막 법칙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이 공들여 쓴 글을 사람들이 끝까지 읽는 6가지 방법이라고 했지만, 과연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하하. (구글 빅데이터 전문가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는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사람은 극소수일 거라고 데이터가 말한다며 책을 마친다.. ㅋㅋ)
어쨌든, 글을 시작할 때나 어떤 개념에 대해 설명할 때 그것의 핵심 내용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나 이야기를 넣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치킨을 많이 먹으면 몸을 망친다는 글을 쓴다고 한다고 해보자.
실제로 나는 약 2달가량 일주일에 5번은 치킨을 먹었다. 밤9시가 넘어 1+1 치킨나이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KFC에 가서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2달을 먹었더니 체중은 8키로가 늘었고, 심장은 시도 때도 없이 뛰었으며 결국 병원에서 췌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이런 나의 스토리를 글의 서두에 넣고 시작하는 것과 없이 시작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차이는 누가 봐도 명백할 것이다. 책에선 잘 통하는 스토리의 유형까지 알려줬는데, 그건 차자하고도 스토리를 넣고 안 넣고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 결론
‘스틱’에서 제시하는 6가지 법칙을 통해 어떻게 하면 몇 시간씩 공들여 쓴 글이 독자들에게 끝까지 읽힐지 한번 생각해봤다. 이런 모든 요소를 한 번에 적용시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글을 쓸 땐 독자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이 법칙들을 활용할 것이다.
몇 시간이 걸려 열심히 쓴 글을 발행하고 혼자서만 느끼는 쾌감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사람들에게 끝까지 읽히고 공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쓴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히스 형제의 ‘스틱’은 보물같은 책이 될 것이다.
2019.08.14. (2019_113) ‘스틱’ 칩 히스, 댄 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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