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1기

엘리자베스 던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000h02 2019. 6. 12. 11:29



한줄평: 말 많은 내가 미움받지 않는 이유

 

나는 투머치 토커다. 아니, 박찬호님을 뛰어넘는 쓰리머치 토커라고 주변에서 얘기한다. 의외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처음 나간 자리에서도 필요에 따라 수다쟁이가 되어 윤활제 역할을 잘 해낸다. 그래서 친구들이 불편한 자리에 나를 잘 데려가곤 했다. 나의 끝없는 토크가 이런 실용적인 면도 있지만, 정말 끝도 없어서 듣는 사람 귀가 아플 정도이다. 말이 많으면 실언도 많이 할 거고 실수도 많을 텐데, 그런 것 치고는 미움을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길...)

 

어떻게 나는 귀가 아플 정도로 상대에게 말을 많이 하는데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아줌마들과 함께한 걸걸한 대화 경력이 한몫 했을 수도 있고, 정말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핵심은 내 나이대의 남들보다 좀 더 많은 행복하고 다양한 경험에 있지 않나싶다.



# 언제나 경험을 사던 나의 어린 시절

 

불과 몇 년 전 우리 집이 휘청하기 전, 돈 걱정은 일도 없이 살 때가 있었다. (대략 22살 까지) 그 때까지 나는 비교적 다양한 곳에 돈을 썼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명품이나 금붙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바깥에 어떻게 보일지를 별로 신경을 안 쓰시던 분들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물건의 소유에는 관심이 없어졌고 그저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지, 어떤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해볼지에 온 정신을 쏟았었다.

 

물건 소유에는 돈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미술이 좋아 미술을 전공할 생각도 아니면서 하루 8시간씩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렸고. 역사가 좋아 단지 책으로만 공부하지 않고 전국으로 역사기행을 다녔다. 악기는 피아노, 기타, 섹소폰, 가야금, 보컬 레슨을 받았고. 클래식에 미쳐있을 땐 한 달에 음반 구매만 몇 십 만원어치 하고 들으며, 매주 두 번씩 예술의 전당에 가 공연을 보곤 했다.

 

운동도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꼭 레슨을 받으며 했었다. 그렇게 배운 것이 태권도 검도 그런 것들은 기본으로 하고. 옹박에 꽂혀 무에타이를 배웠고, 테니스의 왕자에 꽂혀 테니스 레슨을 받았으며, 니모를 보기위해 스킨 스쿠버 라이센스를 따 해외 원정 다이빙을 가기도 했다. 이쯤 되면 뭐야 이 자식, 서평이 아니라 지 자랑하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살짝 맞기도 하다.. ㅎㅎ;;)

 

아무튼, 누군가에겐 에이 이게 뭐 별거라고 할 정도의 경험일 수 있지만 이 경험들이 내 끝없는 토크의 원천이다. 토크 자판기 느낌이랄까, 보통 어떤 주제가 나와도 재밌고 행복하게 그 말들을 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당시에 느낀 즐거움과 행복감을 온전히 받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귀에 피가 나도록 말함에도 미워하지 않고 그나마 잘 넘어가 주는 것 같다.




#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어린 시절 이런 경험에 돈을 쓰지 않고 물건 소유에 돈을 썼다면 나는 과연 지금처럼 풍성한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었을까? 과연 지금처럼 많은 미움과 시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습성은 경험의 유무를 떠나서 천성이다. 그냥 애초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엄청 아찔하다. 만약 내가 경험을 사지 않고 보이는 물질에 빠져 그것을 샀더라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불 보듯 뻔하다. 어디에서 얼마짜리 뭘 샀네, 어디 브랜드의 뭘 입었네, ..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날 때마다 내도록 그런 얘기만 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재수땡이 버러지로 쳐다봤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그런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의 삶만 놓고 봤을 때도, 이것은 내게 재앙과도 같은 과거의 소비패턴이었을 것이다. 글을 잘 쓰려고 노력중인 요즘, 내가 예전에 했던 많은 경험들이 내 글의 원천이고. 퍽퍽한 삶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그래서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극단적인 예지만 명품백을 사 처음 매고 나간 모임에서 나보다 더 좋은 백을 매고 나타난 친구가 있으면, 그 순간 행복감은 반감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왕왕 소비를 했을 때 돈만큼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우리에게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의 저자는 적게 써도 행복해지는 소비의 비밀 5가지를 알려준다.

 

내가 쓴 경험 이야기는 체험을 구매하라는 조언으로 5가지 원칙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칙인 특별하게 만들어라’, ‘시간을 구매하라’,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를 배우고 적용하면 적어도 헛돈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소비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피땀 흘려 번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한다면 얼마나 삶이 미울까. 똑똑한 소비자가 되길 원한다면 이 책 일독을 권한다.



P.S 항상 좋은 환경과 기회 제공해 주시는 체인지 그라운드와 갓대교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2019.06.12.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엘리자베스 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