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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설득’ 카민 겔로

000h02 2019. 8. 21. 11:48


아버진 언제나 바쁘셨다. 일 년에 쉬는 날이라곤 추석과 설 그리고 신정 아침.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쉬었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연휴의 마지막 빨간 날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진 여지도 없이 출근을 하셨다. 신정 아침에도 함께 떡국을 먹고 절을 받으면 그 길로 바로 출근을 하셨고..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정말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면 함께하지 못하셨고. 언제나 출근은 새벽에 퇴근은 10시 넘어 하시는 바람에 집에서 식사를 같이한 기억도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아버지를 사랑한다. 정말 가슴 깊이 사랑하고 존경한다. 내 아들이 내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만큼 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갈 정도이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다. 가난했던 두 분 연애시절 이야기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대한민국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확보한 당시의 이야기까지. 당신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 끝에 지금에 이르렀고, 특히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선물하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씀해주셨다.

 

시골 깡촌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아버진 할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와 주식투사 실패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을 하셨고. 당연히 공부나 대학은 꿈도 못 꿨고, 졸업 후에도 이 공장 저공장, 이 지역 저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돈을 모으셨다고.

 

그러다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모아둔 돈을 할아버지가 주식투자로 홀라당 날려먹어서 두 분은 구미 어느 시골 마을에 우물딸린 골방에 신혼살림을 차리셨고. 얼마 후 내가 태어나고 아버진 서울로 떠나셨다고. (트럭 한 대와 핸드폰 덜렁 이 두 가지만으로 사업을 하겠다며)

 

그렇게 아버진 엄마와 나를 구미에 두고 홀로 서울로 올라가 트럭에서 먹고 자며 사업을 하셨고. 그릇 운반부터 어음관련 일까지 안 해보신 것 없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시며 이것저것 하셨는데.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지금 하시는 사업을 시작해 자리를 잡으셨다고.

 

너희들과 엄마 편안하게 먹고 살게 하기 위해서 지금도 주말도 없이 매일 저렇게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거라고. 아빠는 너희와 엄마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신다고.

 

해년마다 그런 어머니가 우리에게 해주신 그런 이야기는 실제로 곁에서 함께 하진 못한 아버지를 내 곁에 계신 것처럼 느끼게 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큰 희생을 우리에게 하고 계신지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사실 평소 왜 이렇게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충만한지 가끔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함께한 많은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금전적으로 풍요롭게는 해줬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의 아버지가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풀어준 책이 있으니, 바로 카민 겔로의 최고의 설득이다.

 



최고의 설득은 세계 정상들이 어떻게 말로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한 두 사람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대중의 마음을 바꿔 실제로 행동하게끔 만든 대가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토리가 있다.

 

만약 어머니께서 나에게 아버지의 성공 이야기와 그런 희생의 이유가 우리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과연 나는 아버지를 지금처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을까? 중요한 순간에서의 부재에도 내가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스토리였다. 그것이 내 가슴에 박혔고, 그 심장은 내 몸과 마음을 동하게 했다.

 

이 글을 읽어도 스토리의 힘이 의심스럽거나, 자신의 인생에는 그런 극적인 스토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최고의 설득은 분명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P.253 흔희 거창한 철학이 있어야 강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한 생각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P.S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2019.08.21. (2019_114) ‘최고의 설득카민 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