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2기

‘신뢰의 법칙’ 데이비스 데스테노

000h02 2019. 8. 2. 20:03

내가 가장 믿는 친구와 동업을 시작하지 않은 이유 


보름 전 쯤, 친구(이하 A)와의 통화에서 의외의 제안을 받았다. 강남고속터미널 쪽 목 좋은 곳에 권리금 싸게 나온 가게가 있다며, 그곳에서 함께 식당을 운영해보자는 것이었다. (자본금은 본인이 다 대겠다며 망해도 나는 하나 손해 볼 것 없다고 까지 이야기함) A와 그 통화를 하기 전 둘이서 장사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친구들의 말이 있었고, 나 또한 마음속에 요식업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기에 그 제안을 듣는 순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푼 마음으로 통화를 끊은 후 많은 고민 끝에 낸 결론은 A와 동업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결론을 내린 결정적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바로 장사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내 실력의 부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져져 올해로 10년 지기인 A는 나를 굉장히 신뢰했기에 그런 제안을 해왔을 것이다. 평소 함께 놀러 가면 요청하는 요리는 뭐든지 뚝딱 만들어줬고, 가끔은 식재료를 챙겨가 친구들 집에서 음식을 해먹여 음식에 재능이 있어 보였을 것이다. , 어른들에게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공손함을 잃지 않고 항상 잘 웃는 내 장점은 접객을 하기에 적합해 보였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한번 뭘 하기 시작하면 온 정신을 쏟아 붇는 태도는 함께 장사를 하기에 적합해 보였을 것이다.

 

이런 A가 갖고 있는 나에 대한 신뢰는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설령 이 모든 전제가 다 맞다 하더라도 나는 장사를 시작할 실력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실제로 주방 일을 경험해본 것도 아니고. 평소에 사람을 대하는 것과 손님을 대하는 것은(사장으로서) 엄연히 다르기에 나의 접객이 어떨지는 실제로는 알 수 없다. 이런 부수적인 것을 떠나서라도 자영업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마케팅이나 재무지식이나 그런 기타 여러 가지 공부들이 하나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A는 나를 신뢰해줬지만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해 동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이런 선택을 한 후 가슴 한 편 아쉬운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건 아닌지, (몸은 부서져라 힘들 것이고,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굴러들어온 복을 찬 건 아닌지 괜히 상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나를 아쉬움의 늪에서 건져준 책을 만났다. 바로 신뢰의 법칙이란 책이다.

 


신뢰의 법칙은 어떤 사람을 믿고 신뢰할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신뢰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해서 마지막엔 결국 어떻게 사람을 신뢰할지에 대해서 알려줌으로서 신뢰에 대해 정말 자세히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는 과학적 실험과 근거를 토대로 서술되고, 그 내용 가운데에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신뢰에 관한 상식들이 거의 대부분 틀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 이 사실은 위에 길게 써놓은 A가 나를 신뢰했던 것이 잘못된 신뢰의 표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P.61 사람들 대부분은 신뢰에 관해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할까? 물론 의도는 신뢰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신뢰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요소는 아니다. 능력 또한 신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없는 선한 의도는 결론적으로 쓸모가 없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A는 나와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나의 장점과 태도를 보고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발췌한 내용처럼 열심히 나를 갈아 넣으며 가게 일을 해도, 없는 실력으로 장사를 한다는 건 망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일을 한다 해도 다른 실력적 부분을 현재로선 평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와 A가 서로를 신뢰했지만 만약 이런 잘못된 신뢰를 가지고 함께 일했다면 우리는 둘 다 망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항상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 누구에게 신뢰를 주느냐에 따라 당신의 인생이 180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신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고, 어떤 사람을 신뢰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 신뢰의 법칙일독을 권해본다.

 

P.346 개인적인 행복과 보다 가치 있는 선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 이러한 접근 방식이 세상을 유토피아로 만들어 주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사회를 자극할 것이다. 부디 내 말을 신뢰해 주길 바란다.

 

2019.07.25. (2019_107) ‘신뢰의 법칙데이비스 데스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