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형편없는 새싹 글쟁이의 다짐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어느덧 9개월이 흘렀다. 글쓰기도 서평을 쓰면서 시작했으니 마찬가지의 시간이 흘렀고. 살아온 28년 평생 동안 고3 때와 재수 시절을 제외하곤 문자하곤 담을 쌓던 내가 9개월 동안 150편 정도의 서평을 작성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그 흔적들이 SNS와 블로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20살부터 27살 9월까지 읽은 책의 수가 2권이니 정말 놀랍다)
이 과정은 오로지 ‘나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이루어졌다. 글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내 글을 읽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서평을 작성하고 글을 남겼다. 그저 공부한 내용을 더 기억해내기 좋은 도구 정도로 서평을 활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레 욕심이 생겼다.
처음엔 이왕 쓰는 거 틀리지 않은 문장으로 보기 싫게만 쓰지 말자는 것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언젠가 책을 내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것도 잘 팔리는 책을 파는 작가 말이다.
이런 글쓰기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의 순간에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시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 작가는 투 잡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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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5 <야간 작업반>으로 200달러짜리 수표를 받은 것이 1970년 8월 이었는데, 그때부터 1973~1974년 겨울 사이에 성인잡지에 단편 소설을 팔아서 받는 돈으로 간신히 생활 보호 대상자 신세를 면하고 있었다.
P.87 <캐리>를 쓰기 시작할 무렵 나는 인근 도시 햄프던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연봉 6,400달러였는데, 세탁소에서 시간당 1달러 60센트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러나 (...) 계산해보면 그것은 결코 엄청난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전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졌을 뿐이었다. (...) 우리에겐 전화기조차 없었다. 전화 요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P.105 40만 달러라니까. 규정에 의하면 20만 달러가 자네 몫이지. 축하하네, 스티브.
(...) 내가 단 한 번밖에 얼굴을 맞대고 만난 적이 없는 이 사내는 내가 방금 돈벼락을 맞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다. 그렇다고 아주 쓰러진 것은 아니지만 문간에 그대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
발췌한 내용은 스티븐 킹이 <캐리>를 통해 큰돈을 벌기 전까지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결국 <캐리>가 히트를 치면서 생활고를 이겨낼 수 있었지만, 가난한 작가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녹록치 않은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나는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전업 작가의 꿈을 불태웠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한지 1년도 채 안된 햇병아리였지만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게 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지라 나름 자신이 있었다. 일주일에 5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꾸준히 쓰다보면 금방 출판은 못하더라도 글쓰기로 조금씩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현실성이 전혀 없음을 알려준 분이 계셨고, 다행이 그 조언에 따라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를 먼저 하고 있다. 이전처럼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사용할 순 없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갖은 후에, 꾸준히 공부하고 글을 쓰며 언젠간 꼭 작가가 될 것이다. 스티븐 킹이 작가로서 온전히 활동할 때까지 여러 직업을 거치며 고생한 것을 잊지 않으며 말이다. 연초에 읽었을 때와 다르게 그의 성공 과정에 있는 생활고가 크게 다가와 정말 다행이었다.
# 연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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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7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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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쭉 한 후에,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처음에 언급하는 내용이다.
낱말(어휘), 문법, 수동태 피하기, 부사 적게 쓰기, 문단 활용
위 5가지는 스티븐 킹이 연장으로 강조한 것들이다. 집을 하나 짓더라도 자재가 없으면 제대로 지을 수 없듯, 글쓰기 연장통에 충분한 재료들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사용할 근육을 포함해서) 책 속에는 예와 함께 어떻게 좋은 연장들을 갖추고, 그것을 활용할 것인지 잘 나와 있다.
문법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평소에도 신경을 써왔지만 글을 다시 읽으면서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제대로 된 재료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더 많이 챙길 것이다.
(졸꾸 스티커가 붙어있는 내 노트북)
# 창작론과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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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0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들을 살펴보았는데, 그 모든 내용은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된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그러나 연습처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묘사와 대화와 등장 인물을 창조하는 모든 기술도 궁극적으로는 명료하게 보거나 들은 내용을 역시 명료하게 옮겨적는 일로 귀결된다.
”
좋은 글에 대한 설명과 그것을 쓰기 위한 노력은 비슷함을 느꼈다. 다독, 다작, 다상량. 명료하게 써야한다는 것, 진실을 써야한다는 것은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있어 기본중의 기본이고 당연히 갖고 가야할 필수 덕목이다. 여기에 추가로 재미난 이야기를 써야한다는 작가의 말을 충실히 따른다면 유혹하는 글쓰기를 조금씩 써나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겼다.
그저 성장의 수단 정도로 생각하던 글쓰기가 이제는 목적 그 자체로 바뀌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 후에 본 나의 글은 누군가를 유혹하긴 커녕 그저 남루한 글일 뿐이었다.
우습게도 이 서평도 독자를 유혹하기는커녕 일기 수준의 사실 나열, 다짐과 내용 정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번을 기점으로 ‘나’가 아닌 ‘독자’를 생각하는 글을 써볼 것이다. 그 길이 조금 험난해 보이지만... (사실 잘 팔리는 글쓰기 그룹 청강을 시작한 이후로 서평 쓰기가 즐겁지 않고 조금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ㅠ) 남은 9권의 책을 통해 배우고 치이다 보면 지금보단 유혹하는 글, 잘 팔리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유혹하는 글을 쓰는 그 날까지 졸꾸!!
2019.07.16. (2019_101)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